GP5 군대 이야기 8. GP의 간식 일주일에 한 번씩 GP로 보급품이 전달된다. 보급품은 군인에게 제공되는 모든 물건을 통틀어서 부르는 말인데, 일주일에 한 번씩 올라오는 보급품은 주로 식자재이다. GP에서 지내는 부대원이 일주일 동안 먹을 급식 식자재랑 부식이라고 해서 간식으로 먹을 수 있는 라면, 초코바, 우유 같은 것들이 올라온다. 내가 가장 좋아했던 부식은 간편식 떡볶이(이름은 2PM이었다)랑 쇠고기면 그리고 우유였다. 일주일에 흰 우유가 인당 두 개씩 보급됐는데, GP에 올라올 때 챙겨온 초코맛 제티를 타 먹는 게 즐거움 중 하나였다. 제티가 다 떨어진 날에는 맥심 커피믹스를 타 먹기도 했다. 흰 우유를 특별한 부식으로 여기지 않는 사람도 많았지만 특별한 부식으로 여기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쟁탈전이 벌어지곤 했다. 보급품이 전달되는.. 2026. 3. 17. 군대 이야기 7. 옥수수밭 한 번은 관측하던 북한 진영의 땅이 황금빛으로 물든 적이 있다. 황금빛은 옥수수가 만들어낸 것이었다. 우리나라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지만 북한에서는 DMZ 에서 농사를 짓기도 했다. 흰옷을 입은 민간인으로 보이는 사람들이 DMZ 안으로 드나들면서 농사를 짓는데 어느 날은 폭음이 들렸다. 그리고 사람들이 어떤 곳 주변에 모여 들었고 얼마 지나지 않아 빨간 십자가가 그려진 차 한 대가 그곳으로 진입했다. 아마도 DMZ에 있는 지뢰를 누군가 밟았던 것 같았다. 별 생각이 없던 나는 그 폭음 이후로 DMZ에서 농사를 짓는 사람들을 불쌍하게 느끼기 시작했다. 폭음이 터진 그날 저녁 북한에도 행복은 존재할까라는 생각을 했다. 그들의 인생이 폭음으로만 가득찬 것도 아닐텐데 혼자 연민에 차서 이런 생각을 한 게.. 2026. 3. 16. 군대 이야기 6. 전원전투배치 GP에서는 가끔 사이렌이 울릴 때가 있다. 낮에도 밤에도 시간에 상관없이 울린다. 주로 밤에 울리긴 한다. 사이렌이 의미하는 건 두 가지이다. 정말 전시 상황이 닥쳤거나 전시 상황을 대비하는 훈련이거나. 내가 겪어본 사이렌은 모두 후자였다. 이 훈련을 전원전투배치(전전배)라고 부른다. 전전배가 떨어지면 잠을 자다가도 그대로 침상에서 일어나 방탄모랑 방탄조끼를 챙겨입고 각자 자리에 위치해야 한다. 나의 경우에는 고속유탄발사기가 자리잡고 있는 2층으로 올라가야 했다. 한겨울에 잠을 자다가 전전배가 떨어지는 날이면 얇은 활동복에 슬리퍼만 신고 추위를 버텨야 하는 게 꽤 힘들었다. 전전배를 내리는 사람은 GP장 또는 부GP장인데 부GP장의 기분이 안좋은 날에 전전배가 떨어지는 경우가 간혹 있었다. 어떤 날은 .. 2026. 3. 14. 군대 이야기 5. 하이파이브 수색중대의 생활은 4개월 주기로 반복된다. 2개월의 GP생활과 2개월의 주둔지 생활. 주둔지에서의 2개월 중 한 달은 GP에서 내려온 뒤 일주일 정도 휴가도 다녀오고 주둔지 유지보수 작업을 하면서 재정비 시간을 갖는다. 그리고 나머지 한 달은 다시 GP에 올라가기 전에 훈련을 하며 보낸다. 사격연습도 하고 행군도 하고 수류탄도 던지고 체력단련도 꾸준히 한다. 나는 금요일에 자대배치를 받았고 주말을 보낸 뒤 바로 훈련 기간으로 들어갔다. 훈련 자체는 힘든 느낌이 별로 없었고 선임들과 같이 지내는 게 잘 익숙해지지 않았다. 폭력이나 심한 부조리는 없었지만 은근한 긴장감은 계속 유지됐다. 그렇게 어찌어찌 한달을 보내고 GP로 올라가는 날이 찾아왔다. 주둔지에서 GP까지는 행군으로 이동했다. 주둔지에서 북쪽.. 2026. 3. 14. 군대 이야기 4. 자대배치 수색중대로 자대배치를 받은 나는 한 군용트럭을 타고 자대로 향했다. 트럭 안에는 나와 나의 동반입대 진우 말고도 두 명이 더 있었다. 그 두 명도 동반입대였고 우리와 달리 그 둘은 이곳에 자원했다고 했다. 이유는 수색중대에 가면 휴가를 길게 여러 번 나갈 수 있는 게 좋아서였다. 당시 나는 휴가에 대해 별생각이 없었다. 휴가 보다는 부대 생활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우리 넷을 싣은 군용트럭은 민간인 출입 통제선(민통선)에서 검문을 받고 민간인 통제 구역 안으로 들어갔다. 수색중대의 주둔지는 민간인 통제 구역 안에 있었다. 민통선을 지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주둔지가 보였고 주둔지 출입문에는 '아들아 믿는다'라는 간판이 걸려 있었다. 함의적으로 꽤 잘 지은 슬로건이라고 생각했다. 주둔지 건물은 오래된 듯.. 2026. 3. 11.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