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끄적끄적/군대 이야기

군대 이야기 5. 하이파이브

by 오후식 2026. 3. 14.

 


 
 
수색중대의 생활은 4개월 주기로 반복된다. 2개월의 GP생활과 2개월의 주둔지 생활. 주둔지에서의 2개월 중 한 달은 GP에서 내려온 뒤 일주일 정도 휴가도 다녀오고 주둔지 유지보수 작업을 하면서 재정비 시간을 갖는다. 그리고 나머지 한 달은 다시 GP에 올라가기  전에 훈련을 하며 보낸다. 사격연습도 하고 행군도 하고 수류탄도 던지고 체력단련도 꾸준히 한다.
 
나는 금요일에 자대배치를 받았고 주말을 보낸 뒤 바로 훈련 기간으로 들어갔다. 훈련 자체는 힘든 느낌이 별로 없었고 선임들과 같이 지내는 게 잘 익숙해지지 않았다. 폭력이나 심한 부조리는 없었지만 은근한 긴장감은 계속 유지됐다. 그렇게 어찌어찌 한달을 보내고 GP로 올라가는 날이 찾아왔다. 
 
주둔지에서 GP까지는 행군으로 이동했다. 주둔지에서 북쪽으로 주욱 올라가다보면 GOP 경계선이 있는데 GP는 경계선 안쪽에 있고 이 안쪽 지역을 DMZ라 부른다. 내가 있던 GP는 GOP 경계선에서 1km 정도를 더 걸어 들어가면 있었다. GP는 마치 성 같았다. 2층 건물에서 1층은 숙식을 해결하는 생활 공간이었고 2층은 화기와 감시 초소가 있는 근무 공간이었다. 
 
GP에 도착했을 때는 앞서 2개월을 보낸 소대가 우리를 맞이하고 있었다. 처음 만났지만 그들은 반가운 얼굴로 나에게 시원한 물을 줬다. 이제 이들은 다시 주둔지로 내려가고 2개월이 지나야 다시 만난다. 이렇게 GP 근무 인원을 교대하는 일을 하이파이브라고 불렀다.
 
나는 공용화기를 다루는 분대에서 GP 생활을 하게 됐다. 공용화기 중에서도 고속유탄발사기를 맡았다. 재밌는 총이었다. 훈련소에서 접한 총들은 총알이 사람 몸을 관통해서 살상하는 직사화기였는데, 고속 유탄발사기는 달랐다. 유탄은 탄알이 터지면서 생기는 파편으로 살상하기 때문에 곡선의 궤적을 그려 원하는 위치에 유탄을 떨궈야 한다. 이렇게 곡선의 궤적을 그리는 화기를 곡사화기라고 부른다. 재밌긴 해도 다루는 건 꽤 무서웠다. 어쨌든 수류탄처럼 파편을 일으키는 유탄이다 보니 탄약 상자를 옮길 때 조심해야 했다.
 
공용화기를 다루는 일은 가끔 있는 전투훈련이나 녹이 슬지 않도록 분해 조립해서 기름칠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주업무는 주간 시간동안 북한 진영을 관측하는 것이었다. 초소에서 망원경으로 북한 진영을 관측하다가 고위 간부의 차량이 북한 GP로 출입하거나 병력이 이동이 관측되면 초소 안에 있는 카메라로 사진을 찍고 관측일지를 작성했다. 두 시간 근무를 서고 교대하러 온 근무조에게 인수인계를 한 뒤 1층으로 내려와 한 시간 휴식을 취하고 다시 초소로 올라가는 것을 해가 질 때까지 반복하면 됐다.

해가 지고 나서는 다른 분대와 초소 근무를 교대하고 개인정비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GP 시설은 꽤 좋아서 운동기구, 사이버지식정보방, 진중문고 등 갖출 건 다 갖춰져 있었지만 첫번째 GP 기간 동안은 주로 관물대 앞에서 정전규칙과 화기 제원 등이 적힌 수첩을 만지작 거리며 시간을 보냈다.

그러다 밤 10시가 되면 취침시간이 찾아왔고 해가 뜨기 30분 전에 기상해서 주간 근무를 준비했다. 주말도 똑같았고 이 생활을 2개월 동안 매일 반복하면 되는 거였다. 반복이라는 말에 GP 생활이 좀 지루해 보일 수 있지만 GP는 공간적 특수성 때문에 재미난 일이 꽤나 많이 벌어지는 곳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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