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끄적끄적/군대 이야기

군대 이야기 6. 전원전투배치

by 오후식 2026. 3. 14.

 

 

 

 

 

GP에서는 가끔 사이렌이 울릴 때가 있다. 낮에도 밤에도 시간에 상관없이 울린다. 주로 밤에 울리긴 한다. 사이렌이 의미하는 건 두 가지이다. 정말 전시 상황이 닥쳤거나 전시 상황을 대비하는 훈련이거나. 내가 겪어본 사이렌은 모두 후자였다. 이 훈련을 전원전투배치(전전배)라고 부른다. 

 

전전배가 떨어지면 잠을 자다가도 그대로 침상에서 일어나 방탄모랑 방탄조끼를 챙겨입고 각자 자리에 위치해야 한다. 나의 경우에는 고속유탄발사기가 자리잡고 있는 2층으로 올라가야 했다. 한겨울에 잠을 자다가 전전배가 떨어지는 날이면 얇은 활동복에 슬리퍼만 신고 추위를 버텨야 하는 게 꽤 힘들었다. 전전배를 내리는 사람은 GP장 또는 부GP장인데 부GP장의 기분이 안좋은 날에 전전배가 떨어지는 경우가 간혹 있었다. 어떤 날은 상황실에서 부GP장이랑 같이 근무하는 상황병이 오늘 전전배 떨어질 것 같다고 말해준 적이 있었는데 그날 나는 깔깔이를 입고 잠에 들었다. 그리고 그날 정말 전전배가 떨어졌다.

 

전전배가 떨어지면 상황조치 훈련을 하는데 말 그대로 어떤 상황에 대한 조치 훈련을 하는 것이다. 같이 공용화기를 다루던 사수 부사수 중 하나가 복부관통상으로 죽을 경우, 혹은 둘 다 죽을 경우, 적이 GP의 서쪽 아래방향에서 접근하는 경우 등과 같이 여러 가지 상황을 부여하고 알맞은 조치를 연습하는 훈련이다. 이때 중요한 것 하나는 그 상황을 GP 구성원 전체가 알 수 있도록 크게 소리 질러 알리고 그걸 들은 사람은 복창하는 것이었다.

 

전전배가 떨어졌을 때 침상에서 일어나는 속도와 상황을 알리는 목소리의 크기는 이등병의 기강을 체크하는 수단이기도 했다. 근데 그 기강이 너무 강하게 들어간 탓인지 내옆에서 자고 있던 이등병 하나는 "복부관통상!"이라고 소리지르며 잠꼬대를 하기도 했다. 그리고 그 이등병의 기강은 그 잠꼬대 하나로 더이상 의심받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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