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같이 휴가를 나온 소대원들과 이른 점심을 먹고 각자 집으로 향했다. 지금은 운행하지 않지만 당시에 대광리역에는 소요산역과 백마고지역을 잇는 통근열차가 다니고 있었다. 이유는 모르지만 선임병들은 이 통근열차를 꽃마차라고 불렀다.
꽃마차는 두 량 정도로 길이가 짧은 열차였는데 낡았지만 푸근한 매력이 있었다. 일반 전철과 달리 마주보며 앉을 수 있는 자리도 있었고 좌석도 푹신해서 편안한 맛이 있었다. 그렇게 꽃마차를 타고 소요산역으로 가서 인천행 1호선 열차를 타면 송내역까지 갈 수 있었다. 지금은 1호선이 연천역까지 개통되어 있지만 당시에는 소요산역이 종점이었다.

첫휴가를 나와서 뭘 했었는지는 기억이 잘나지 않는다. 그래서 기억이 희미하게 남아 있거나 했을 것으로 추정되는 일 정도만 써볼 수 있겠다. 군입대를 하지 않은 대학 동기들과 대학교 후문 앞에서 저녁을 먹은 기억이 있다. 콩불이라는 식당에서 밥을 먹었고 동기들이 군대를 먼저 간 나를 부러워 했던 기억이 있다. 그외에 무슨 얘기를 했는지 그 동기들이 누구였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

대학생 시절 기말고사가 끝나고 종강을 하는 날이면 집앞에 있는 멕시칸 치킨을 포장해서 혼자 먹곤 했었다. 다른 친구들은 학과 동기들끼리 모여 종강파티를 가곤 했지만 난 술맛을 모르기도 했고 술에 취했을때 밀려오는 피곤함이 싫었다. 그리고 담백한 그집 치킨 맛이 좋았다. 하지만 종강 같은 이벤트가 없는 날에는 치킨을 잘 사먹지 않았다. 하루는 별일 없이 치킨을 사서 들어간 적이 있는데 이상하게 맛도 없고 이유 모를 죄책감이 밀려왔었다. 그 이후로 특별한 일이 없다면 혼자 치킨을 사먹는 일은 없었다. 그치만 첫휴가는 아무래도 특별한 날이라고 생각해 죄책감 없이 맛있게 먹지 않았을까 싶다.

대학교 시절 방학 때면 집에서 걸어서 15분 정도 떨어진 경인문고에 자주 가곤 했다. 읽고 싶은 책이 있어서 가기 보다는 둘러보러 가는 경우가 많았다. 무엇보다 서점에 있는 게 마음이 편했다. 주로 외국어, 철학 또는 처세술 서적쪽을 많이 둘러봤었다. 군복무가 얼마 남지 않았을때는 종교인이 쓴 책을 주로 봤던 거 같다. 아마도 첫휴가를 나온 날에도 비슷하게 서점에서 시간을 보내지 않았을까 싶다. 큰 이유는 없고 거기에 있을때 마음이 편했을테니까.

첫휴가에 대한 기록은 이 사진 한장 밖에 없다. 이 사진은 같이 휴가 나온 군대 동기와 대광리역 주변 사진관에서 찍은 것이다. 아마 앞줄 왼쪽에 앉은 동기가 첫휴가도 추억이라고 사진 한장 남기자고 해서 찍었던 걸로 기억한다. 지금이야 군대에 휴대폰 반입도 되니까 주머니에서 폰을 꺼내서 찍으면 그만이지만, 당시에는 이렇게 사진을 찍는 수밖에 없었다. 이날은 첫휴가를 마치고 복귀하는 날이라 많이 우울했는데 사진기사님이 계속 웃으라고 주문했다. 그래서 억지로 과장되게 웃었는데 그것만으로도 기분이 좀 나아지긴 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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