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끄적끄적/군대 이야기

군대 이야기 14. 수영장 만들기

by 오후식 2026. 4. 5.

 


휴가를 다녀온 뒤에는 두 달 동안 주둔지 생활을 했다. 첫 한 달은 주둔지 유지보수 활동을 하고 나머지 한 달은 GP에 올라가기 위해 필요한 훈련을 했다. 유지보수활동은 다양했다. 여름철에는 제초작업이나 마대를 쌓아서 물길을 트는 작업을 하고 겨울철에는 제설작업을 하고 봄 가을에는 진지 보수작업을 주로 했다. 유지보수 작업 중에 기억에 남는 것들이 몇가지 있는데 그중 하나가 수영장 만들기이다.



모든 부대에는 행정보급관(이하 행보관)이라는 직책자가 있다. 말그대로 행정과 보급을 책임지는 사람이라 부대의 살림을 담당하고 작전 업무를 제외한 부대 내부의 일은 대부분 이 사람을 통해 나온다. 무더운 여름철 어느날 행보관은 부대 안에 수영장을 만들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내가 있던 부대는 옆으로 계곡이 흐르고 있었는데 행보관은 그 계곡을 바위로 막으면 수영장을 만들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 생각을 현실로 옮겼다. 우선 산에서 바위를 뽑아서 계곡에 차곡차곡 쌓았다 . 바위를 계속 쌓으니까 물길이 정말 막혔다. 그다음에는 물길을 막아 만든 수영장 바닥을 평평하게 하기 위해 바닥에 있는 돌과 바위를 뽑았다.

수영장은 몇시간만에 완성이 됐고 오후에는 그안에서 수영도 하고 모자 뺏기 게임도 하며 재밌게 놀았다. 행보관은 잘 웃지 않았는데 그날은 수영장에서 노는 우리들을 보면서 흐뭇한 표정을 지었다. 그 표정만큼은 지금도 기억난다.

여기까지였다면 수영장 만들기 이야기는 해피 엔딩으로 마무리 되었겠지만 그렇지 못했다. 며칠뒤 장마가 시작됐고 하루는 밤부터 새벽까지 비가 내렸다. 많은 비가 내린 탓에 계곡물이 불어났고 쌓아놓은 바위는 빠른 유속에 하류로 떠내려갔다. 수영장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지만 그 바위들은 멀지 않은 곳에서 찾을 수 있었다. 유속이 얼마나 셌었는지 바위는 계곡을 벗어나 부대에서 민통선으로 이어지는 도로까지 굴러 떨어졌고 인근 농가의 논밭까지 굴러가 농작물을 훼손시키기도 했다.



훼손된 농작물에 대한 대가는 대민지원으로 치루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왜냐하면 그일이 있고 얼마지나지 않아 부대원 몇명이 대민지원을 나갔고 나도 대파밭으로 대민지원을 나갔다 왔기 때문이다. 대민지원을 먼저 갔다 온 동기가 삼겹살을 먹고 왔다길래 잔뜩 기대했었지만 대파밭에서는 파김치와 대파가 잔뜩 들어간 잔치국수가 전부였다. 그래도 맛은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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