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P에 올라오면 주말 개념이 없다. GP는 평일, 주말 구분 없이 24시간 근무를 서야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보면 별다른 즐거움 없이 주말을 보낼 거 같지만 GP에도 주말에 기다려지는 게 있다. 바로 '군대리아'라고도 불리는 빵식이다. 빵식의 기본 구성은 다음과 같다.
- 뜨거운 물에 봉지째 데운 버거빵
- 두 종류의 패티 (돼지고기, 닭고기 였던 거 같다)
- 패티 소스 (데리버거 소스 같은)
- 흰색 스프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 샐러드 (마요네즈에 버무린 마카로니 또는 케요네즈에 버무린 양배추)
- 딸기잼, 포도잼 (패티 소스보다 잼을 발라 먹는 걸 좋아했다.)
기본구성으로만 먹어도 다른 급식 메뉴에 비해 충분히 맛있긴 하다. 하지만 GP에서는 조금 더 맛있는 빵식을 먹을 수 있다. 왜냐하면 GP의 식수인원은 40명 정도라서 취사병이 조금 더 신경써서 조리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기본 빵식과 다른 점은 우선 패티와 소스를 그냥 주지 않고 패티와 소스 그리고 다진 마늘을 팬에 한번 볶아서 따듯하게 내어준다. 그리고 버거빵에 계란옷을 입힌 다음 식용유를 두른 팬에 튀기듯이 구워서 내어준다. 이 두 가지가 뭐가 그리 대단하냐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이건 진짜 대단한 거다. 롯데리아의 데리버거가 맥도날드의 더블불고기버거가 되는 정도이고, 버거킹의 와퍼 번이 롯데리아의 브리오슈 번이 되는 정도이다. 버거빵은 두 봉지가 정량배식인데 보통 병장 계급정도가 되면 빵식도 물리기 때문에 한 봉지 정도만 먹기 마련이다. 하지만 GP의 골든 군대리아라면 두 봉지도 거뜬했다. 가끔 근무시간과 점심시간이 겹쳐서 다 식어버린 빵식을 마주할 때면 기분이 좋지 않았다. 병장 계급을 달고 난 이후에도 식은 빵식에는 무심할 수 없었다.
군대에서 나에게 빵식은 확실히 보장된 행복이었던 거 같다. 주말 아침에 일어나 첫번째 근무를 마치고 잘 차려진 빵식을 보면 복잡할 거 없이 그냥 행복했다. 군대 전역 후에는 동네 홈플러스에 입점해 있는 맥도날드에 자주 갔다. 늦은 밤 알바를 마치고 집에 들어가기 전에 맥도날드에 들려 빅맥 세트를 주로 먹었다. 아주 가끔 자극적인 게 땡기는 날에는 더블불고기버거를 먹었다. 두 버거 모두 다 5000원 이하의 가격으로 먹을 수 있었던 거 같다. 늦은 밤에도 맥도날드에는 사람이 꽤 많았다. 사람이 많아서 조금 북적거려도 편안했다. 아무도 나를 신경쓰지 않고 각자 눈앞에 놓인 버거랑 감자튀김이랑 콜라를 먹는 데 집중할 뿐이었다. 근데 최근에 그 홈플러스가 폐점을 하면서 맥도날드도 같이 없어졌다. 이십대를 같이 보낸 공간이 사라진 게 많이 아쉬웠다.
생각해보면 맥도날드에서 내가 느낀 편안함은 어렸을 적 추억에서 비롯된 거 같기도 하다. 인천공항이 개항하던 때 엄마의 고등학교 친구가 공항에 드라이브하러 가자고 차를 태워주신 적이 있다. 엄마의 친구 가족과 우리 가족이 카니발을 타고 인천공항에 갔는데 그날 맥도날드를 처음 가봤다. 하도 어렸을 적 일이라 흐릿하지만 확실히 기억나는 게 몇 개 있다. 어두운 매장 안에 빛나던 노란색 맥도날드 로고가 기억나고 해피밀 세트를 사서 받은 장난감을 가지고 논 기억이 있다. 이런 기억이 내 삶에 어디까지 영향을 끼쳤을지는 모른다. 어쩌면 기억은 떠올리는 것 자체에 의미가 있는 게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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