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끄적끄적/군대 이야기

군대 이야기 9. GP의 군대리아

by 오후식 2026. 3. 19.




 
 
GP에 올라오면 주말 개념이 없다. GP는 평일, 주말 구분 없이 24시간 근무를 서야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보면 별다른 즐거움 없이 주말을 보낼 거 같지만 GP에도 주말에 기다려지는 게 있다. 바로 '군대리아'라고도 불리는 빵식이다. 빵식의 기본 구성은 다음과 같다.

  • 뜨거운 물에 봉지째 데운 버거빵
  • 두 종류의 패티 (돼지고기, 닭고기 였던 거 같다)
  • 패티 소스 (데리버거 소스 같은)
  • 흰색 스프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 샐러드 (마요네즈에 버무린 마카로니 또는 케요네즈에 버무린 양배추)
  • 딸기잼, 포도잼 (패티 소스보다 잼을 발라 먹는 걸 좋아했다.)

기본구성으로만 먹어도 다른 급식 메뉴에 비해 충분히 맛있긴 하다. 하지만 GP에서는 조금 더 맛있는 빵식을 먹을 수 있다. 왜냐하면 GP의 식수인원은 40명 정도라서 취사병이 조금 더 신경써서 조리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기본 빵식과 다른 점은 우선 패티와 소스를 그냥 주지 않고 패티와 소스 그리고 다진 마늘을 팬에 한번 볶아서 따듯하게 내어준다. 그리고 버거빵에 계란옷을 입힌 다음 식용유를 두른 팬에 튀기듯이 구워서 내어준다. 이 두 가지가 뭐가 그리 대단하냐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이건 진짜 대단한 거다. 롯데리아의 데리버거가 맥도날드의 더블불고기버거가 되는 정도이고, 버거킹의 와퍼 번이 롯데리아의 브리오슈 번이 되는 정도이다. 버거빵은 두 봉지가 정량배식인데 보통 병장 계급정도가 되면 빵식도 물리기 때문에 한 봉지 정도만 먹기 마련이다. 하지만 GP의 골든 군대리아라면 두 봉지도 거뜬했다. 가끔 근무시간과 점심시간이 겹쳐서 다 식어버린 빵식을 마주할 때면 기분이 좋지 않았다. 병장 계급을 달고 난 이후에도 식은 빵식에는 무심할 수 없었다. 
 
군대에서 나에게 빵식은 확실히 보장된 행복이었던 거 같다. 주말 아침에 일어나 첫번째 근무를 마치고 잘 차려진 빵식을 보면 복잡할 거 없이 그냥 행복했다. 군대 전역 후에는 동네 홈플러스에 입점해 있는 맥도날드에 자주 갔다. 늦은 밤 알바를 마치고 집에 들어가기 전에 맥도날드에 들려 빅맥 세트를 주로 먹었다. 아주 가끔 자극적인 게 땡기는 날에는 더블불고기버거를 먹었다. 두 버거 모두 다 5000원 이하의 가격으로 먹을 수 있었던 거 같다. 늦은 밤에도 맥도날드에는 사람이 꽤 많았다. 사람이 많아서 조금 북적거려도 편안했다. 아무도 나를 신경쓰지 않고 각자 눈앞에 놓인 버거랑 감자튀김이랑 콜라를 먹는 데 집중할 뿐이었다. 근데 최근에 그 홈플러스가 폐점을 하면서 맥도날드도 같이 없어졌다. 이십대를 같이 보낸 공간이 사라진 게 많이 아쉬웠다. 
 
생각해보면 맥도날드에서 내가 느낀 편안함은 어렸을 적 추억에서 비롯된 거 같기도 하다. 인천공항이 개항하던 때 엄마의 고등학교 친구가 공항에 드라이브하러 가자고 차를 태워주신 적이 있다. 엄마의 친구 가족과 우리 가족이 카니발을 타고 인천공항에 갔는데 그날 맥도날드를 처음 가봤다. 하도 어렸을 적 일이라 흐릿하지만 확실히 기억나는 게 몇 개 있다. 어두운 매장 안에 빛나던 노란색 맥도날드 로고가 기억나고 해피밀 세트를 사서 받은 장난감을 가지고 논 기억이 있다. 이런 기억이 내 삶에 어디까지 영향을 끼쳤을지는 모른다. 어쩌면 기억은 떠올리는 것 자체에 의미가 있는 게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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