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끄적끄적/군대 이야기

군대 이야기 12. 첫휴가 (1)

by 오후식 2026. 4. 4.



2개월 동안의 GP 근무를 마친 소대원들은 선발대 후발대로 나눠 휴가를 나간다. 나는 입대한 그해 여름에 첫휴가를 나갔던 걸로 기억한다.
휴가 전날 저녁 개인정비 시간에는 선임병들이 첫휴가를 나가는 이등병에게 신경을 많이 써줬다.

구두약에 불을 붙여서 전투화를 닦아 불광을 내주고, 여름에는 전투복의 소매를 걷어 입는데 그 소매의 각을 잡아주기도 했다. 어떤 선임은 후임의 전투복을 다리미로 펴주기도 했다. 휴가 때만 입는 전투복을 따로 두는 경우도 많았다. 땀을 많이 흘리다보니 세탁을 자주해서 옷의 색이 바래기도 하고 전투복 특유의 짬냄새가 나기 때문이었다. 첫휴가 때는 나도 이런 걸 신경썼지만 그 이후로는 신경쓰지 않았다.

휴가날 아침에는 당직사관에게 출타자 신고을 해야 했다. 신고를 하지 않으면 휴가를 나갈수 없기 때문에 휴가날 아침 당직사관의 권력은 하늘을 찔렀다. 당직사관의 심기가 불편한 날에는 총기수입검사를 한 적도 있었다. 총기를 분해하고 총열을 휴지로 닦아냈을 때 검은 때가 나오면 다시 총기수입을 시키는 식이었다. 물론 대부분의 당직사관은 기분좋게 휴가를 보내줬다.


출타자신고를 마치고 5/4 톤 트럭에 올라탔다. 계급 구분없이 휴가계획을 짜다보니 트럭에 같이 올라탄 소대원들의 계급은 다양했다. (동반입대를 한 인원은 첫휴가를 같이 나갈 수 있도록 배려해주긴 했다) 트럭이 출발하고 민통선을 지나자 선임병들 몇명이 서로 말을 놓기 시작했다. 원래 친분이 있어서 말을 놓나보다 생각했는데 우리한테도 말을 놓으라고 했다. 민통선을 지나면 계급은 따지지 않는다면서. 이등병 중 몇명은 한두 번 거절하다가 말을 놓았는데 선임병들은 이새끼 진짜 놓네라고 놀리면서도 장난을 받아준 그 이등병을 꽤 좋아하는 눈치였다. 난 끝까지 말을 놓지 않는 쪽이었다.


트럭은 대광리역 앞에서 우리를 내려줬다. 선임병들은 같이 밥을 먹고 가자고 했다. 대광리역 주변 중식집에 들어가서 쟁반자장에 탕수육을 주문해서 먹었던 걸로 기억한다. 다음 휴가 때도 같이 휴가를 나온 사람끼리는 같이 밥을 먹고 헤어지는 식이었다. 메뉴는 중식 아니면 야채족발이라고 불리는 음식 둘 중 하나였다. 일기를 쓰는 지금 당시 식당을 찾아보려는데 기억이 잘 안난다. 식당의 이름도 위치도 기억이 안난다. 기억 나는 건 그 중식집에서 선임병들이 꽤 부드럽게 느껴졌다는 거, 그래서 선임이라기 보다 형 같이 느껴졌다는 거 그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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