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끄적끄적/군대 이야기

군대 이야기 10. GP의 야식

by 오후식 2026. 3. 25.

 
 
 
 
매일 24시간 경계근무가 이뤄지는 GP에서 야식은 긴 야간 근무시간을 버티게 해주는 일용할 양식이다. 주간 근무와 다르게 야간 근무는 쉬는 시간이 매우 짧다. 주간 근무는 두 시간 경계 근무를 서고 두 시간 휴식을 하는 반면 야간 근무는 1시간 30분 동안 경계 근무를 서고 30분만 휴식 시간을 갖는다. 이유는 야간에는 경계 초소가 하나 더 늘어나기 때문이다. 주간은 밝아서 시야가 잘 확보되지만 야간에는 어두운 탓에 시야가 줄어든다. 그래서 30분 단위로 세 개의 초소를 돌고 내려와 30분의 휴식만 갖게 되는 것이다. 물론 주간에도 안개나 폭우로 인해 시야 확보가 어려운 날에는 경계 초소를 하나 더 늘린다. 그리고 야간에도 안개가 짙거나 비가 내리면 초소를 하나 더 늘리는데 이런 날에는 30분의 휴식도 없이 초소를 돌며 계속 근무만 서게 된다. 이런 날에는 야간 근무가 끝나기를, 즉 해가 뜨기만을 간절히 기다린다.
 
30분이라는 짧은 시간 탓에 야간 근무자는 휴식시간을 갖기 십몇 분 전부터 고민에 빠진다. 겨울 같은 날에는 쌀국수나 왕뚜껑처럼 따듯한 컵라면이 생각난다. 이 경우는 쉽다. 그냥 내려가서 커피포트에 물을 올리고 컵라면 포장을 뜯고 뜨거운 물을 붓고 취사장에 있는 티비를 보면서 라면이 다 익을 때까지 기다렸다가 뜨끈한 국물과 먹어주면 된다. 여름에는 팔도 비빔면을 먹을 수도 있다. 비빔면을 먹기 위해서는 꽤 부지런하게 움직여야 한다. 일단 야간 근무 시작 전에 냉장고에 얼음을 얼려 놓아야 한다. 그리고 근무가 끝나고 커피 포트에 물을 올리고 스탠 대접에 라면사리를 넣고 물을 부어준 다음 면을 풀어주고 찬물에 씻어줘야 한다. 그리고 냉장고에서 꺼낸 얼음을 대접에 놓고 비빔 소스를 짜주고 취사병에게 받은 열무김치를 얹으면 된다. 진짜 부지런한 사람은 근무 가기 전에 계란을 삶아 놓기도 했었다. 비빔면을 챙겨 먹을 만큼 부지런한 사람은 군생활 하면서 두 명 밖에 못봤다.
 
대부분은 라면을 끓여 먹는 대신 간편하게 해결하는 편이었다. 부식으로 받은 구구콘 또는 자유시간을 먹거나 커피 믹스 또는 아이스티를 타 먹는 식이었다. 너무 피곤해서 이것조차 귀찮은 날에는 취사장 식탁에 엎드려 자는 데 30분을 쓰기도 했다. 
 
사실 야식이 하나 더 있긴 했다. 취사병이 야간 근무자를 위해 만들어 놓은 주먹밥이었다. 남은 밥이랑 고기, 야채 그리고 고추장 또는 간장이랑 볶아서 뭉쳐서 만들었는데 맛이 아주 자극적이었다. 당시에는 아무 생각없이 취사장에 놓여 있길래 집어 먹었는데 이제서야 취사병이 차려준 그 주먹밥에 따듯함을 느낀다. 군대리아 빵에 계란옷을 입혀준 것도 그렇고 신병교육대 군종병이 매주 인기 방송을 틀어준 것도 그렇고 조용히 화장실로 불러 트윅스를 몰래 나눠줬던 동기도 그렇고 군대 안에서는 의외로 따듯한 구석이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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