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기 축구에 임하는 열정은 모두 달랐다
제가 축구를 시작한 건 2002년 한일 월드컵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축구를 시작했다고 하니 거창하게 들릴 수 있겠습니다. 그런 것은 아니고 방과후에 친구들과 뛰어 노는 수준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중학교, 고등학교 때도 축구를 했고 성인이 되어서도 고등학교 동창들과 주말마다 축구를 했습니다. 토요일 아침 7시에 축구를 하기 위해 새벽 6시에는 일어났던 것 같습니다. 새벽에 일어나는 것은 좀 힘들었지만 친구들과 같이 공 차고 국밥 먹으며 얘기 나누는 시간은 참 즐거웠습니다.
어느 날은 같이 공 차던 친구에게 밥을 먹다가 겨울 아침에 일어나기가 너무 힘들다고 말한 적이 있었습니다. 근데 친구는 그런 저를 보고 놀랐습니다. 본인은 축구하는 날 아침에는 눈이 저절로 떠진다라는 거였습니다. 저는 그런 친구가 이해가 안됐죠. 주중에도 직장 때문에 아침에 일찍 일어나는 데 주말에는 좀 늦잠자고 싶지 않냐고 되물었더니, 축구가 좋아서 하는 건데 잠을 더 자고 싶지는 않다는 것이었습니다. 취미 축구를 그래도 20년 가까이 하고 있는 저에게 적잖이 충격이었습니다.
같이 축구를 하는 다른 친구들에게도 아침에 일어나는 것에 대해 물어보니 비율은 '힘들지 않다'와 '힘들다'가 약 1:4 정도 되는 것 같았습니다. 그리고 힘들지 않다고 답변한 친구들은 축구에 대한 열정이 확실히 달랐습니다. 개인적으로 축구 교실도 듣고 훈련도 하고 어떤 친구는 전술 공부도 하고 있었습니다. 그때 저는 주말 아침 축구 시간을 다시 한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저는 그 정도의 열정이나 재미를 축구를 통해 느낄 수 없었거든요.
축구를 그만두고 주말이 달라졌다
현재 저는 주말 아침에 축구를 하지 않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달리 꾸준히 하고 있는 일이 있는 것은 아닙니다. 구립 체육센터로 아침 자유 수영을 가기도 하고, 도서관에서 책을 빌리거나, 늦잠을 자거나 밀린 블로그 글을 올리기도 하고 매번 다릅니다. 달라진 점은 주말 아침 축구를 했다면 아침 기상부터 국밥 브런치까지 약 4시간 정도 오전 일정이 채워지는데, 그 시간을 다른 일에 쓰고 있는 것이죠.
지금 생각해보면 주말 아침 축구는 저에게 친구들과 주기적으로 보내는 시간이었습니다. 모일 이유가 축구일 필요는 없었습니다. 단지, 오랜 친구들과 주기적으로 이야기를 나눌 시간이 필요 했던 것이죠. 그런데 친구들과 일주일에 한번 만날 필요는 없었습니다. 직장인이 된 지금은 서로 바쁘다는 걸 이해하고 있기에 분기 또는 반기에 한 번 정도로도 충분했습니다. 오히려 오랜만에 만나다 보니 만날 때 즐거움이나 대화 주제는 더 다채로워진 것 같습니다.
뭔가를 하고 싶은데 시간이 없어서 아침 일찍 일어나거나 늦게 까지 깨어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저는 잠을 줄이기 보다는 저에게 주말 아침 축구가 그랬듯이 먼저 '별 이유 없이 하고 있던 것'을 찾아보기를 권하고 싶습니다. 오랜 시간 지속해왔지만 별 이유 없이 하고 있던 습관들을 다시 바라보면, 그 습관을 그렇게 자주 할 필요가 없거나 이제 더 이상 내 취향이 아니라는 것을 발견할 수도 있습니다. 그런 습관들을 정리해서 빈 시간을 만들면 주말 아침 늦잠을 잘 여유도 생기고 저에게 수영이나 블로그가 그랬던 것처럼 해보고 싶었던 일들을 시도하는 재미도 생깁니다. 혹시 모르지 않습니까? 그 시간에 다른 걸 하다보니 천년의 취미나 인생 맛집 또는 다른 인연을 만날지도.
'일상 > 일기장'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산문 - 그날 밤 아버지는 어디로 간 걸까 (0) | 2025.02.22 |
---|---|
산문 - 나의 아버지 (0) | 2025.02.10 |
250128 토마토 소스 감자 뇨끼 (0) | 2025.01.28 |
강아지와 함께하는 안산 자락길 트레킹 (1) | 2025.01.26 |
웰컴 키즈 존 (1) | 2023.10.0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