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일기장

세상은 완벽하다는 착각

오후식 2025. 4. 15. 0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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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단횡단 땡큐

 
 
오늘 횡단보도 앞에 잠시 서있는데 갑자기 머리가 아파졌습니다.
왜 갑자기 머리가 아프지 하다가 위 사진의 표지판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무단횡단 땡!
보행안전 큐!

 
'무단횡단 땡!' 그러니까 무단횡단은 하면 안 되는 거고
'보행안전 큐!' 그러니까 보행안전은 하라는 그런 의미인 거 같은데,
자꾸만 '무단횡단 땡큐'가 머릿속에 맴돕니다.
 
아마도 저 표지판을 만든 사람은 땡큐라는 단어에 꽂혔던 거 같은데,
저 표지판이 나오기까지 여러 사람의 승인과 결재를 받았을 걸 생각하면
'땡큐'라는 단어에 꽂힌 사람은 하나가 아니었을 거 같습니다. (땡큐라니, 허허 그거 좋은데? 후식 대리 굿 아이디어야!)
 
 
 

세상은 완벽하다는 착각

지구가 세상의 중심이라 주장한 천동설(Geocentrism). 오랫동안 인류에게 정설로 받아들여졌지만, 코페르니쿠스가 주장한 지동설에 의해 잘못된 이론으로 판명되었다.

 
 
 
 
대학생 때 까지만 해도 저는 세상이 완벽할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논리적으로 세상이 완벽할 것이라는 결론에 도달한 것은 아닙니다.
그렇다고 오래 살고 더 많이 배운 어른들이 세상을 잘 굴리고 있겠지라고 넘겨짚은 것도 아닙니다.
그냥 세상은 완벽하다고 당연하게 명제화한 것이죠. 
 
근데 횡단보도에 있던 표지판처럼 세상은 완벽하지 않습니다. 
개선의 여지가 충분한 표지판이지만, 우리나라의 여러 신호등에 버젓이 잘 붙어 있습니다.
(표지판 만드신 분한테 죄송합니다. 이제 그만 얘기할게요.)
 
표지판만 그럴까요?
하루에도 여러 번 버그 수정을 위한 소프트웨어 업데이트가 이뤄지고, 
가끔은 제품 리콜 뉴스가 올라오고,
어느 지역에서는 싱크홀이 열렸다는 안타까운 소식도 들립니다.
 
사실 당연합니다.
세상을 살아가는 인간이 완벽하지 않은데 어떻게 이 세상이 완벽하겠습니까.
단지 조금 더 완벽에 가까워지려 노력하고 있는거죠.
 
갑자기 이 얘기를 왜 했냐면,
대학생 때 저는 세상이 완벽하다고 믿고 있어서 제가 할 수 있는 일이 과연 있을까 의심하며 살았습니다.
세상은 이미 완벽해서 뭔가 일을 한다면 대단한 일을 하는 것 밖에 남아있지 않다고 생각했습니다.
대단한 일을 하기에 아는 게 많지 않은데 과연 세상에 도움이 될 수 있을까라는 부정적인 생각도 했습니다.

직장에서 일복이 터진 지금의 저를 보면, 말도 안되는 고민이었던거죠.
 
혹시나 예전의 저처럼 '내가 과연 이 사회에 도움이 될 수 있을까'라고 고민을 하고 계신다면,
저 위에 표지판을 보고 자신감을 가져보세요.
세상은 완벽하지 않다는 걸 잊지 마세요.
당신이 이 세상에 기여할 수 있는 부분은 충분히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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