홋카이도 비에이 - 크리스마스 트리가 아름다운 이유
홋카이도 여행 둘째날 아침이 밝았습니다. 둘째날은 기차 타고 비에이 지역을 여행하기로 했습니다. 아침 일찍 열차를 타기 위해 새벽 6시에 일어나 호텔 창밖을 내다보았습니다. 호텔 창밖으로 보이는 아사히카와역은 새벽에도 아름다웠습니다. 어젯밤에는 보이지 않던 역 뒷편의 눈덮인 산들도 보이고, 역 지붕 위에 부드럽게 덮인 눈도 잘 보입니다.

맑은 찬 공기에 동이 트는 새벽의 기운까지 느껴지니 정신이 맑아집니다. 어제 늦은 시간에 이자카야를 가서 그런지 배가 많이 고프진 않아서 세븐일레븐에서 아침으로 간단하게 오니기리를 사서 기차에 탔습니다.
사실 푸딩도 하나 샀습니다.
아사히카와역에서 30분 정도를 달려 비바우시역에 도착했습니다. 비바우시역에는 그 유명한 크리스마스 트리를 보러 왔습니다. 크리스마스 트리는 비바우시역에서 30분 정도 걸어가면 볼 수 있습니다.

30분을 걷는 건 너무 길지 않냐고 하실 수 있는데, 시간이 좀 걸리긴 해도 지루하진 않습니다. 적어도 겨울에는요. 개성 있는 눈사람도 여럿 보이고, 사람 발자국 하나 없는 눈 덮인 들판은 아무리 봐도 지루하지가 않습니다.

크리스마스 트리로 향하는 길을 걷다보면 틈틈이 "Private property No entry"라는 사인을 볼 수가 있습니다. 저는 처음에 이 사인을 보고 마을 사람들 사유지에 관광객들이 너무 많이 들어 와서 불편한 마음에 간판을 만들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비바우시역에 돌아오고 나서 그 이유를 알았습니다. 비바우시역 안에는 '농경지에 들어가면 안되는 이유' 에 대해 설명하는 포스터가 있습니다. 이유는 "신발에 붙은 곰팡이나 해충이 농작물을 키우는 데 위험이 될 수도 있고, 풍경을 해친다" 였는데요. 풍경을 해친다는 표현이 참 와닿았습니다. 생각해보면 넓은 설원 위에 사람들 발자국이 가득했다면 그렇게 아름답지는 않았을 거 같거든요.


30분 걸어 도착한 크리스마스 트리는 정말 아름다웠습니다. 비에이 지역을 여행할 일이 있으시다면 꼭 한번 들르세요. 크리스마스 나무 트리를 보는 것도 재밌고 역에서 걸어오는 길도 전혀 지루하지 않습니다.

마지막으로 비바우시역 화장실에 있던 재래식 화장실 사용법 안내판입니다. 재래식 변기를 처음 사용하는 사람을 고려해 여러 가지 변수를 벗어나지 않도록 참 상세하게 표현했습니다. 2020 도쿄 올림픽 개막식 때 픽토그램으로 모든 경기 종목을 표현했던 게 생각났습니다. 확실히 애니와 만화가 강한 나라..ㅎㅎ